첫 출근 날, 매장 뒤편 창고에서 롤케이지라는 걸 처음 봤다. 2리터짜리 생수 6개들이를 50개까지 실을 수 있다는 쇠로 된 운반기구인데, 거기에 술 10박스, 물 10박스, 음료 10박스에 과자며 생필품까지 그득 실려 나왔다. 그걸 보는 순간 아, 여긴 계산대에 서 있는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편의점 알바만 몇 군데 해봤던 터라 마트 알바도 비슷하게 앉아서 계산하고 짬짬이 정리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동네 중형마트 공산품 코너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두 달을 채우고 나서야 이 일이 편의점과 뭐가 같고 뭐가 다른지 몸으로 정리가 됐다. 시급 10,320원을 받으며 오후 타임을 뛴 기록을 남겨둔다. 마트 알바를 처음 고민하는 사람이 이 글 하나로 각오를 정할 수 있게, 최대한 실제 겪은 것만 적는다.
마트 공산품 코너의 하루 동선
내가 맡은 자리는 공산품이었다. 음료, 술, 과자, 생활용품처럼 유통기한이 길고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이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그날 센터에서 온 물건을 검품한다. 주문 수량이랑 실제 온 수량이 맞는지, 파손된 게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게 틀어지면 나중에 재고가 안 맞아서 골치 아파진다. 처음 며칠은 이 검품을 대충 넘겼다가 음료 한 박스가 비는 걸 놓쳐서, 마감 재고에서 숫자가 안 맞아 한참을 다시 센 적도 있다.
시간대로 하루를 쪼개보면 이렇다. 오후 12시에 출근하면 처음 한 시간은 전날 마감이 흐트러놓은 매대를 정리하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앞으로 빼는 걸로 시작했다. 물건이 크게 들어오는 건 보통 2시에서 4시 사이라, 그 두 시간이 하루 중 제일 바쁘다. 롤케이지가 창고 앞에 서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그것부터 쳐내야 뒤가 안 밀린다. 4시가 넘어가면 낱개 소분이랑 가격표 정리를 하다가, 5시에 다음 타임 사람한테 매대 상태랑 남은 물건을 인수인계하고 퇴근했다. 딱 5시간인데 앉아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체감은 더 길었다.
검품이 끝나면 바로 진열이다. 창고로 넣을 건 넣고, 매대가 빈 건 바로 채운다. 오후에 물건이 한 번 크게 들어오는데 그거 다 소화하는 데만 1시간 반에서 2시간 반이 걸렸다. 진열에도 원칙이 있어서, 유통기한이 빠른 걸 앞으로 빼고 새로 온 걸 뒤로 넣는 선입선출을 지켜야 한다. 이걸 귀찮다고 그냥 앞에 쌓아두면 나중에 유통기한 지난 물건이 매대에서 나와서 더 큰일이 난다.
여기에 가격이 바뀐 상품 가격표 교체, 행사 상품 매대 세팅, 낱개로 파는 채소나 과일 소분까지 붙는다. 소분은 편의점엔 아예 없던 일이라 처음엔 저울 눈금 맞추는 것도 어색했다. 감자나 양파를 봉지에 담아 무게를 맞추고 가격 스티커를 붙이는데, 익숙해지기 전엔 이거 하나에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행사 세팅도 만만치 않아서, 1+1이나 묶음 할인이 시작되는 날은 매대를 통째로 갈아엎고 새 가격표를 다 바꿔야 했다.
공산품이라고 상온 물건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료 중에는 냉장으로 들어가는 게 있어서 워크인이라 부르는 대형 냉장고를 수시로 드나들어야 했다. 한여름에 매장은 덥고 워크인은 추우니, 땀 흘리며 상온 진열하다가 냉장고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면 몸이 온도차로 지친다. 발주도 조금씩 거들었는데, 잘 나가는 물건을 덜 시키면 매대가 비고 안 나가는 걸 많이 시키면 재고가 쌓여서, 이 감을 잡는 데 한 달은 걸렸다.
마트만의 변수가 하나 더 있었는데 전화배달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전화로 생수나 쌀, 음료 박스를 주문하면 담아서 내보내는 일이다. 손님이 매장에 안 와도 일이 생기는 구조라, 편의점처럼 손님 없으면 잠깐 숨 돌리는 그런 여유가 잘 안 났다. 쌀 20kg에 생수 두 박스를 한 번에 주문한 집도 있어서, 그날은 배달 담당이 따로 없어 내가 카트로 문 앞까지 낑낑대며 옮겼다.

롤케이지와 쌀 20kg이라는 실체
편의점 알바가 힘들다고 할 때 그 힘듦은 대부분 감정노동이나 야간 생활패턴 쪽이다. 마트 공산품은 결이 다르다. 그냥 물리적으로 몸이 힘들다. 2리터 생수 6개 묶음이 한 손에 잡히는 무게가 아니고, 그게 롤케이지 한가득이면 허리를 몇십 번씩 굽혔다 편다. 적응하기 전 며칠은 다리랑 허리가 진짜 아팠다. 첫 주에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소파에 눕는 게 아니라 그냥 바닥에 쓰러졌다.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파트 불문하고 다들 겪는 통과의례라고 하더라.
제일 곤란한 건 쌀이었다. 20kg짜리 쌀 포대가 간헐적으로 들어오는데, 이건 요령이고 뭐고 그냥 무겁다. 물건 드는 요령만 있으면 술이나 음료는 할 만한데 쌀은 매번 각오를 하고 들어야 했다. 무릎을 굽혀서 허리 대신 다리 힘으로 들라고 배웠지만, 하루에 여러 포대를 옮기다 보면 결국 허리에 무리가 왔다. 몸 쓰는 강도로만 치면 예전에 해본 택배 상하차 알바나 쿠팡 물류센터 단기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었다. 물류센터만큼 극단적이진 않아도, 편의점 계산대만 생각하고 오면 첫 주에 몸살 난다.
대신 좋은 점도 분명했다. 손님을 계속 대면하는 일이 아니라서 진상에 시달리는 빈도가 확 줄었다. 편의점에서 진상 점장과 손님 밑에서 버티던 1년을 생각하면, 물건이랑 씨름하는 게 차라리 속 편했다. 물건은 아무리 무거워도 나한테 시비를 걸지는 않으니까. 직원들도 각자 자기 파트 일하느라 서로 크게 터치가 없었고, 점장 허락 아래 매장 간식을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소소하게 좋았다.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는 게 두 달을 버티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편의점 알바와 마트 알바, 뭐가 다른가
두 달 하고 나서 편의점 알바랑 직접 비교해봤다. 같은 시급이라도 몸이 겪는 게 꽤 다르다.
| 비교 항목 | 편의점 알바 | 동네 중형마트 공산품 |
|---|---|---|
| 주 업무 | 계산, 진열, 조리(튀김·어묵) | 검품, 대량 진열, 소분, 전화배달 |
| 물류 강도 | 하루 몇 박스 | 롤케이지 단위, 쌀 20kg 포함 |
| 손님 응대 | 상시 대면, 진상 잦음 | 대면 적음, 진상 드묾 |
| 야간 여부 | 야간 자리 많음 | 대체로 주간 |
| 체력 소모 | 중 | 상 |
| 감정 소모 | 상 | 중하 |
표로 정리해놓고 보니 명확하다. 편의점은 감정이 갈리고 마트는 몸이 갈린다. 나는 야간 생활패턴이 안 맞고 진상 응대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편이라, 오후에 몸 쓰고 마는 마트 쪽이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나았다. 반대로 허리가 약하거나 무거운 걸 못 드는 사람이면 편의점 주간이 낫다.
한 가지 더 짚자면 업무 범위의 예측 가능성이다. 편의점은 손님 흐름에 따라 정신없다가도 한가한 구간이 오는데, 마트 공산품은 물건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걸 다 쳐낼 때까지 일이 고정돼 있다. 대신 그날 할 일이 명확해서, 입고만 끝내면 남은 시간은 재정렬 정도라 마음은 편했다. 편의점 심야 알바를 6개월 해본 기록과 비교하면, 마트는 밤을 안 새워도 된다는 것만으로 회복이 빨랐다. 야간 수당은 못 받지만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정상 생활이 되니 몸 상태가 확실히 나았다.

시급 10,320원과 두 달의 솔직한 소회
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2026년 최저시급이 10,320원이다. 내가 뛴 자리는 오후 짧은 타임이라 주휴수당 조건까지 챙기긴 애매했지만, 같은 시급이면 나는 마트 공산품이 편의점보다 시간이 빨리 갔다. 계속 몸을 움직이니까 오히려 딴생각할 틈이 없어서 5시가 금방 왔다. 편의점 야간처럼 손님 없는 새벽에 시계만 보던 시간이 여기엔 없었다.
주휴수당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그 주에 결근이 없어야 하루치 유급휴일, 그러니까 주휴수당이 붙는다. 내 오후 타임은 주에 따라 이 15시간 언저리를 오락가락해서, 어떤 주는 주휴가 붙고 어떤 주는 아슬하게 못 채웠다. 2026년 최저시급 10,320원에 주휴까지 온전히 붙으면 시급 환산으로 12,384원 꼴이 되니, 같은 시간을 일해도 주휴가 붙는 주와 아닌 주의 실수령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마트든 편의점이든 면접 볼 때 주에 몇 시간을 고정으로 채워주는지, 이 15시간 조건을 넘기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좋다. 나는 이걸 처음에 안 따지고 들어갔다가 첫 달 급여를 받고서야 주가 들쭉날쭉했다는 걸 알았다.
두 달을 하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마트 알바는 첫 주만 넘기면 할 만하다. 문제는 그 첫 주에 몸이 적응을 못 해서 지레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실제로 나랑 비슷하게 들어온 사람이 사흘 만에 안 나왔다. 롤케이지가 무섭게 생겼어도 며칠 하면 물건 드는 순서랑 동선이 손에 익고, 그때부터는 요령으로 버틴다.
다만 쌀 들어오는 날만은 두 달 내내 반갑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허리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는 마트 알바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무거운 걸 자주 드는 일이라 허리 보호대 하나 정도는 미리 챙기는 게 낫고, 첫 주에 힘들다고 바로 그만두기보다 일주일만 버텨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고비만 넘기면 사람 스트레스 없이 몸만 쓰는, 나름 담백한 알바가 마트 공산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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