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2) 썸네일형 리스트형 수습 3개월이라며 9,288원을 찍은 서점 알바, 마지막 조건을 쥔 문서는 한국표준직업분류였다 집 근처 서점에서 일을 시작한 건 올해 3월이다. 오전에는 배본 박스를 풀어 신간을 매대에 올리고 반품할 책을 빼냈고, 오후에는 계산대에 섰다. 근로계약서는 1년짜리였는데 기간 칸 아래에 수습 3개월이라는 줄이 하나 더 붙어 있었고, 그 줄 옆 시급이 9,288원이었다. 수습이면 90%라는 말은 나도 들어봤던 터라 그날은 그냥 서명했다.4월 초에 첫 급여명세서를 받고 시급 칸을 한 번 더 봤다. 그날 밤 국가법령정보센터를 열었다. 최저임금법 조문 하나가 시행령을 거쳐 고시로 이어졌는데 고시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조건을 쥔 문서는 고용노동부가 만든 것이 아니었고, 그걸 펴 보고 나서야 내 오전과 오후가 서로 다른 칸에 놓인다는 걸 알았다.첫 급여명세서와 1,032원의 간격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근로기준법 제18조제3항 한 줄에 주 14시간 자리와 주 16시간 자리의 1년이 415만 원 벌어졌다 계약서 두 장을 식탁에 나란히 펼친 건 지난달이다. 왼쪽은 작년에 여섯 달 다닌 스터디카페 주말 오픈 자리,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들어가 휴게 1시간을 빼면 주 14시간이었다. 오른쪽은 올해 옮긴 평일 저녁 자리, 나흘 나가 하루 4시간씩 주 16시간이다. 하는 일은 거의 같다. 좌석 배정하고 프린터 용지 갈고 마감에 책상 닦고 나온다.두 장을 겹쳐 보니 다른 칸이 세 개뿐이었다. 요일, 시간, 그리고 휴일과 휴가 칸. 왼쪽의 그 칸에는 해당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왜 비었는지 찾다가 근로기준법 제18조제3항 한 줄을 만났고, 그날 밤에 두 자리의 1년치를 계산기로 두드렸다.두 계약서에서 다른 칸은 휴일과 휴가뿐이었다조문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로 두 달 반, 내가 맡은 720명분을 정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었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반, 경기도의 한 공립 중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했다. 휴직 대체 자리였다. 출근 첫날 아침에 제일 먼저 본 것이 조리장 입구 벽에 붙은 식수 인원표였다. 학생 662명, 교직원 58명, 합쳐서 720명. 탈의실로 들어가니 조리복이 걸린 옷장 칸이 일곱이었다. 그중 하나는 조리사 면허를 가진 실장님 자리였고, 나머지 여섯 칸이 조리실무사 몫이었다. 그날 배추를 절이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여섯이라는 숫자는 누가 어디에 적어둔 것일까.벽에 붙은 식수 인원표와 조리복 일곱 칸720을 6으로 나누면 120이다. 처음엔 그 120이 어딘가 규정집에 적혀 있는 상한선이려니 했다. 국솥을 젓고 잔반통을 비우는 동안에도, 인원이 이만큼이면 조리실무사는 몇 명이라고 정해둔 표가 교육청..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