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넘어서야 마지막 테이블이 일어났다. 숯불 화로 여덟 개를 집게로 하나씩 빼서 물에 담그고, 기름때가 눌어붙은 불판을 철수세미로 긁어내는 게 그날의 마무리였다. 계약서에는 저녁 9시 반 퇴근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나는 그날도 두 시간을 더 서 있었다. 고깃집 홀서빙 알바를 시작한 지 3개월째, 첫 알바치고는 배운 게 많았다. 다만 그 배움의 절반은 내가 손해 보지 않으려면 뭘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좌석 120개짜리 제법 큰 매장이었다. 점심에는 근처 회사원들이 몰렸고, 저녁에는 술 손님, 주말에는 단체 예약이 잦았다. 주6일, 하루 12시간. 오픈 준비부터 마감 청소까지 전부 내 몫이었다. 알바를 구하는 분들이 시급이나 위치만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 글에서 겉으로 안 보이는 것들을 적어두려고 한다. 나처럼 첫 알바로 고깃집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면 미리 알고 갔으면 해서다.
첫 출근 날을 아직 기억한다. 오후 4시에 나가서 반찬 통을 채우고, 물컵을 정렬하고, 예약 명단을 확인했다. 저녁 6시가 되자 예약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날 나는 주문을 두 번이나 잘못 넣었고, 뜨거운 된장찌개를 나르다 손목에 살짝 데었다. 사장님이 그때는 웃으면서 원래 첫날은 다 그렇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던 기억이 있다. 문제는 그 다정함이 근로 조건까지 다정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시급은 최저인데 하는 일은 다섯 사람 몫이었다
면접 때 사장님은 홀서빙만 하면 된다고 했다. 막상 들어가 보니 홀서빙은 내가 하는 일의 5분의 1쯤이었다. 고기 구워주기, 다 탄 불판 갈아주기, 숯 채우기, 반찬 세팅, 고기 손질, 설거지, 사이드 메뉴 조리, 네이버 예약 받기, 사장 잡심부름, 오픈과 마감 청소까지. 손님이 부르면 홀로 뛰어갔다가, 주방에서 설거지가 쌓이면 다시 들어가 접시를 닦았다.
설거지 이모님과 주방 이모님이 계시긴 했다. 그런데 설거지 이모님은 장사가 안 되는 날이면 사장이 나오지 말라고 미리 연락을 돌렸다. 그런 날 설거지는 고스란히 내 차지였다. 주방 이모님도 홀이 바쁠 때 도와주는 분은 아니었다. 결국 오픈부터 마감까지 12시간을 나 혼자 홀과 주방을 오가며 뛰었다.
시급은 최저시급이었다. 첫 달 급여가 300만 원, 둘째 달부터 320만 원으로 올랐다. 숫자만 보면 알바치고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주6일에 하루 12시간이면 한 달 근무시간이 300시간을 넘긴다. 2025년 최저시급이 10,030원인 걸 감안하면, 300시간 넘게 일하고 320만 원이면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에도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걸 알아챈 건 한참 뒤였다.
홀서빙보다 힘든 건 숯불과 불판 갈이였다
고깃집 알바가 힘들다고 하면 사람들은 무거운 접시 나르는 걸 떠올린다. 실제로 제일 고된 건 숯과 불판이었다. 숯불집이라 화로마다 벌겋게 달군 숯을 넣어줘야 했다. 손님이 고기를 태우거나 양념이 눌어붙으면 뜨거운 불판을 통째로 갈아줬는데, 피크 타임에는 이 불판 갈이를 한 시간에 스무 번 넘게 했다.
팔뚝에는 늘 기름 튄 자국이 있었다. 화로를 옮기다 손등을 덴 적도 여러 번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따로 없어서 점심 손님과 저녁 손님 사이에도 쉬지 못했다. 밥은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손님 없는 틈을 봐서 15분 안에 후루룩 먹었다. 어떤 날은 그마저도 걸러야 했다.
숯 채우고, 판 갈고, 반찬 리필하고, 빈 그릇 치우고. 이 네 가지가 저녁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갔다. 손님 입장에서는 고기가 알아서 구워지고 반찬이 알아서 채워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서 누군가는 화로 옆에 붙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주말 단체 예약이 잡히면 그날은 각오를 했다. 20명, 30명씩 예약이 두세 팀 겹치면 상 세팅만 30분이 걸렸다. 고기를 한꺼번에 열 판씩 구워야 해서 화로 앞을 아예 못 떠났다. 마감 후 홀 바닥에 떨어진 기름을 닦고 화로를 정리하다 보면 자정이 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 집에 가면 옷에서 고기 냄새가 진동해서,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옷부터 벗어 세탁기에 넣었다. 아무리 씻어도 손끝에서 숯 냄새가 며칠씩 가시지 않았다.

손등에 물집이 잡히고서야 알았다
일을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손이 이상해졌다. 손등과 손가락 사이에 자잘한 물집이 잡히고 가려웠다. 병원에 갔더니 세제와 물에 오래 노출돼서 생긴 접촉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최소 한 달은 설거지를 하지 말라고 했다.
사장한테 사정을 말하고 한 달만 설거지를 빼줄 수 있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저녁 알바한테 물어보고 안 되면 자기도 모른다는 거였다. 교대할 때 저녁 알바한테 부탁해 봤지만 좋아할 리가 없었다. 표정이 굳는 걸 보고 나도 더 말을 못 했다.
장갑을 끼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나도 그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의사한테 물어보니 20분 정도 짧게 끼는 건 괜찮은데, 한 시간 넘게 끼면 안에 습기가 차서 오히려 더 나빠진다고 했다. 튀김기 기름 갈고 불판까지 닦으면 설거지 한 번에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결국 그 다음 날 그만두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밀린 주휴수당까지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잊히지 않는 손님 몇 유형
3개월 동안 별별 손님을 다 겪었다. 좋은 분이 훨씬 많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몇 유형이 있다. 나중에 홀 알바를 하게 될 사람이라면 이런 손님을 만나도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 다짜고짜 반말하는 손님. 학생, 여기 물 좀, 정도면 괜찮은데 야, 하고 부르면 정말 힘이 빠졌다
- 음료를 서비스로 여기는 손님. 콜라 한 병에도 원가가 있다
- 계산할 때 끝자리 3천 원, 4천 원을 빼달라는 손님. 그 돈은 내 월급에서 나가는 게 아니다
- 없는 메뉴를 시키고 왜 없냐고 따지는 손님. 메뉴판에 다 적혀 있다
- 기름기 없는 삼겹살을 달라는 손님. 삼겹살은 원래 기름이 있는 부위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휴지를 한 통씩 뽑아 쓰는 손님도 곤란했다. 기름 몇 방울 닦는데 휴지 반 통을 쓰고 가면, 그거 채워 넣는 것도 다 일이었다. 그리고 이건 좀 조심스러운데, 유독 까다롭게 구는 중년 손님들이 있었다. 반찬 하나하나 트집을 잡고 큰 소리를 내면 홀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이런 말에 하나하나 상처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니 그냥 흘려보내는 요령이 생기더라. 대신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주거나, 잘 먹었다며 웃어주는 손님이 있으면 그날 하루가 통째로 버틸 만해졌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열 명이 괴롭혀도 한 명이 따뜻하게 대해주면 그 한 명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퇴근 시간은 적혀만 있었다
가장 지쳤던 건 육체노동이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계약서에는 마감 시간이 적혀 있었지만 사장이 가라고 하기 전엔 퇴근을 못 하는 구조였다. 손님이 남아 있으면 당연히 남았고, 손님이 다 가도 청소가 남았다. 늦게까지 남은 날이 제때 퇴근한 날보다 많았다.
CCTV로 지켜보다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는 것도 은근히 사람을 갉아먹었다. 1시간 일찍 나온 날도 많았다. 연장수당은 당연히 없었다. 이럴 거면 계약서에 근무 시간을 적어둔 의미가 뭔가 싶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는 테이블 13개짜리 작은 고깃집에서 금토일 저녁 6시 반부터 9시 반까지 일했다. 사장님 부부가 정말 좋은 분들이라, 실수를 해도 화 안 내고 다 알려주셨다고 했다. 대신 그 집도 최근에는 매일 밤 11시까지 연장을 시켜서 친구도 그만둘까 고민하더라. 규모가 크든 작든, 사장이 좋든 나쁘든, 연장 문제는 어디나 비슷하게 따라오는 모양이었다.
월급 320만 원의 함정, 4대보험과 축소 신고
그만두기 직전에 제일 황당한 일이 있었다. 4대보험을 처음 몇 달은 떼지 않고 급여를 줬다. 나는 세후로 320만 원이 다 들어오는 줄 알고 지냈다. 그런데 어느 달 갑자기 그동안 밀린 4대보험료를 이번 달 급여에서 한 번에 까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확인해 보니 가게에서 내 급여를 실제보다 훨씬 적은 180만 원으로 신고해 두었다. 세금을 덜 내려고 축소 신고를 한 거였다. 알바몬 급여 계산기에 내 근무시간을 넣고 두드려 보니, 320만 원을 받아도 시급으로는 최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사장과 실장은 월급제는 최저시급이나 주휴수당이 따로 적용되지 않는다며 제대로 주고 있다고 우겼다. 나는 그 말이 맞는지 며칠을 찾아봤다.
찾아보니 월급제라고 해서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시급 아래로 내려가면 그건 최저임금 위반이다. 주휴수당도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이다. 근로계약서를 아예 안 쓴 것도 문제였다. 정규직은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안 쓰면 사업주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고, 단시간 알바의 경우도 과태료 대상이다. 나는 계약서 한 장 받은 적이 없었다.
이런 걸 하나도 모르고 3개월을 다녔다. 부끄럽지만 그게 사실이다. 몸 쓰는 일보다, 내가 받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일했다는 게 더 뼈아팠다.
그래도 남는 건 있었다
고깃집 알바를 다시 하겠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긴 어렵다.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 뜨거운 화로 옆에서 12시간을 버텨봤더니, 어지간한 일에는 겁이 안 난다. 손님 응대하면서 사람 대하는 요령도 늘었고, 무엇보다 근로계약서와 최저시급, 주휴수당이 왜 중요한지 몸으로 배웠다.
혹시 지금 고깃집이나 식당 홀 알바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시급 숫자만 보지 말자. 면접 때 근로계약서를 쓰는지,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지, 연장수당은 어떻게 되는지 꼭 물어보자. 사장이 좋은 사람인 것과 근로 조건이 정당한 것은 다른 문제다. 나는 다음에 일을 구하면, 첫날 계약서부터 받고 시작할 생각이다. 그거 하나만 챙겨도 마음이 훨씬 놓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