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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근무 후기

편의점 알바 임금체불 주휴수당 노동청 진정부터 삼자대면 출석조사까지 직접 겪은 후기

4월 15일이 월급날이었어요. 그날 아침 통장 알림을 보고 한참 화면만 들여다봤어요. 들어온 금액이 딱 최저시급에 근무시간만 곱한 액수더라고요. 받기로 한 퇴직금도, 그동안 한 번도 정산된 적 없던 주휴수당도 그 안엔 없었어요.

저는 평일 주 5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8시간을 그 편의점에서 일했어요. 제 시간대 평균 객수가 180명 정도였고, 상온 물류에 냉장·냉동, 얼음컵, 튀김 식재까지 그 시간에 다 받았어요.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버틴 건 그만둘 때 퇴직금은 챙겨주겠다는 사장 말 하나 때문이었어요.

3월 31일까지 일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월급날 통장이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전화도 문자도 안 받던 보름

입금 내역을 확인하자마자 사장한테 전화했어요. 안 받더라고요. 문자를 남겨도 답이 없었어요.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어떤 그림인지 감이 왔어요. 그냥 입을 닫고 버티면 제가 포기하고 넘어갈 거라고 본 거예요.

처음엔 좀 막막했어요. 노동 문제로 누굴 상대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받을 돈은 사장 기분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거였어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았어요.

저처럼 그만두는 마당에 분쟁까지 가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퇴직금만 제때 줬으면 조용히 갔을 텐데, 연락을 통째로 끊어버리니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야겠다 싶었어요. 퇴직금에 그동안 못 받은 주휴수당까지 같이요.

주휴수당과 퇴직금, 내가 받을 수 있던 이유

알아보기 전엔 저도 주휴수당을 정확히 몰랐어요. 정리하면 이래요.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고, 그 주에 정해진 근무일을 모두 개근하면 하루치 유급휴일 수당이 붙어요. 그게 주휴수당이에요.

제 경우엔 하루 8시간씩 주 5일이니까 한 주 40시간이었어요. 15시간은 한참 넘고, 결근 없이 다 채웠으니 요건이 빠짐없이 맞았어요. 그런데 그동안 받은 급여에는 이 주휴수당이 한 번도 들어 있지 않았어요. 시급에 일한 시간만 곱해서 줬으니까요.

퇴직금도 비슷해요. 1년 이상 계속 일하고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알바라도 퇴직금을 받아요. 편의점 알바라서, 사대보험 일부만 든다고 못 받는 게 아니에요. 저는 두 조건을 다 채웠는데도 퇴직금 없이 마지막 급여만 받은 셈이었어요.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차분해지더라고요. 감정 문제가 아니라 숫자 문제였으니까요. 받을 항목이 명확하면 그다음은 절차만 밟으면 되는 거였어요.

노무사 사무소에 사건을 맡기다

다음 날 바로 근처 노무사 사무소에 전화해서 상담을 잡고 찾아갔어요.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퇴직금과 주휴수당을 받고 싶은데 가능하겠냐고 물었더니, 증거가 깔끔해서 사장 쪽에서 발뺌할 여지가 없다고, 받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사건을 위임했어요. 위임 계약서를 쓰고 나온 게 5월 11일이었어요. 노동청 진정과 내용증명 발송은 그다음 날인 5월 12일에 진행됐고요. 내용증명은 발송 바로 다음 날인 5월 13일에 사업장에 도착했어요.

신기한 건 그동안 연락을 그렇게 씹던 사장이 내용증명이 도착하니까 그제야 전화를 했다는 거예요. 보름 넘게 잠수 타다가 종이 한 장 날아가니 급하게 연락하는 게 좀 우습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미 사건을 맡겨둔 상태라 전화도 문자도 다 차단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노동청에 보낼 내용증명과 근로 관련 서류를 정리해 둔 책상
내용증명 한 장이 보름의 침묵을 깼어요

그 뒤로는 노무사님이 진행 상황을 문자로 알려주실 때만 확인하면서 신경을 껐어요. 그러다 저번 주에 노동청에 한번 출석하셔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 왔어요. 삼자대면, 정식으로는 출석조사를 하자는 거였어요. 빠른 진행을 위해 바로 알겠다고 했고, 그렇게 출석하는 날이 잡혔어요.

출석조사 날, 사장이 들고 온 A4 한 뭉치

노동청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어요. 왼쪽 노무사님, 저, 오른쪽 노무사님, 그리고 사장 순서로 앉아서 근로감독관 앞에서 조사를 받았어요. 제가 모았던 증거는 노무사님이 이미 다 제출해둬서 저는 따로 들고 갈 게 없었는데, 사장은 A4 용지를 한 뭉치 들고 왔더라고요.

사장이 근로감독관한테 그 서류를 내밀면서 주장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주장이 하나씩 깨지는 걸 옆에서 지켜봤어요.

첫 번째는 휴게시간이었어요. 저는 근로계약서 사본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게 이 대목에서 살짝 조마조마했어요. 근로계약서는 작성하고 근로자에게 한 부 내주는 게 사용자 의무인데, 저는 그 사본을 못 받았거든요. 사장이 가져온 계약서를 보니 휴게시간을 길게 넣어서 실제 일한 시간을 줄여놓는 식으로 손을 써놨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한 시간마다 다른 손님이 계산한 영수증을 뽑아서 모아뒀어요. 사장이 휴게시간이라고 우기는 그 시간대에 제가 손님 결제를 처리한 영수증이 그대로 나오니까, 근로감독관 선에서 바로 정리됐어요. 사장은 더 말을 못 이었어요.

두 번째 주장은 좀 황당했어요. 사실 제 근무일은 주 5일이 아니라 6일이었다는 거였어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걸로 계약했는데 제가 매주 토요일마다 결근을 했고, 그래서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는 논리였어요.

근로감독관이 되묻더라고요. 근무자가 몇 년을 일하면서 매주 같은 요일에 반복해서 결근을 했는데 그에 대한 어떤 연락이나 경고도 없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요. 결근에 대해 전화나 문자로 나눈 대화 기록이나 그에 준하는 증거를 낼 수 있냐고 물으니 사장은 입을 닫았어요. 당연히 그런 기록은 없었거든요.

임금체불과 상관없는 트집들, 그리고 1대1 면담

세 번째는 폐기였어요. 편의점 일해본 분들은 짐작하실 거예요. 유통기한 지난 폐기 식품을 제가 먹었다고 트집을 잡았는데, 점장이 폐기 먹어도 된다고 허락해준 문자 기록을 내니 또 조용해졌어요.

네 번째는 절도 의혹이었어요. 절도를 했다는 단정도 아니고 한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CCTV를 돌려서 제가 음료수를 마신 장면을 찾아왔는데, 계산을 안 하고 마셨다는 주장이었어요. 그건 제가 1+1 행사 상품을 미리 사두고 빼 먹은 거라서, 카카오페이 구매 영수증을 보여주니 바로 정리됐어요.

쉬는 시간에 노무사님들이랑 잠깐 나와서 얘기했는데, 임금체불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것까지 끌어와서 트집을 잡으려 애쓴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본질은 못 받은 임금인데 곁가지로 흐리려는 게 보였어요.

조사를 마치고 근로감독관과 1대1 면담을 했어요. 합의할 의향이 있는지, 형사처벌을 원하는지 묻더라고요. 체불 임금은 단순 민사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거든요. 저는 밀린 임금을 순순히 입금하면 형사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합의 금액은 분납이면 1,900만 원, 일시불이면 1,800만 원 조건으로 응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어요.

사장의 반값 제안과 취하서 두 종류

다음은 사장 차례였어요. 잠시 대기했다가 다시 같은 자리에 앉았어요. 근로감독관이 전하길, 사장 쪽에서 줄 수 있는 금액은 1,000만 원이라고 했어요. 체불액이 2,000만 원인데 느닷없이 반값을 부른 거예요.

그때 노무사님이 정리해주셨어요. 지금 근로자는 금액을 흥정하자는 게 아니라 사장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라고요. 제시한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진행한 뒤 민사까지 걸어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체불 임금을 전부 받아내겠다고요.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합의해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어요. 옆에서 듣는데 차분한데도 단단했어요.

사장은 그 말을 듣고 알겠다고, 일시불로 7월 말까지 입금할 테니 1,800만 원에 합의하자고 했어요. 그렇게 합의서를 작성했어요. 저는 합의서에 서명하고 사본을 받은 다음 취하서를 써줬어요.

돈도 안 받았는데 취하서를 왜 써주냐 싶을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엔 그게 의아했는데, 취하서가 두 종류더라고요. 하나는 반의사불벌 취하서고, 다른 하나는 일반 취하서예요. 앞엣것은 한번 써주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는 진정을 넣을 수 없는, 함부로 써주면 안 되는 서류예요. 반면 일반 취하서는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으면 효력이 사라져요.

그래서 일반 취하서를 써서 근로감독관이 보관하고 있다가, 합의된 금액이 입금되면 그때 사건을 종결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이건 노무사님이 옆에서 하나하나 짚어주신 덕에 알았어요. 전문 용어가 나올 때마다 작은 목소리로 풀어 설명해주셔서, 저는 가운데 앉아 듣기만 한 시간이 많았어요.

월말 입금을 기다리며

큰 문제 없이 합의가 끝났어요. 이제 7월 말 입금을 기다리면 돼요. 혹시 입금이 안 되면 일반 취하서라 효력이 사라지니까, 그땐 처음 말대로 절차를 다시 밟으면 되고요.

돌아보면 받아낼 수 있던 건 분노가 아니라 영수증 한 장 한 장이었어요. 한 시간마다 뽑아둔 결제 내역, 폐기를 허락한 점장 문자, 행사 상품 구매 영수증. 그날 사장이 들고 온 A4 뭉치는 그 증거들 앞에서 한 장씩 힘을 잃었어요.

편의점이든 어디든 그만둘 때 통수 맞을 것 같으면, 저처럼 한 시간 단위로 손님 영수증을 모아두거나 근로계약서 사본을 꼭 받아두면 좋겠어요. 근로계약서는 받을 권리가 있는 서류고, 못 받으면 그것 자체로 사용자 잘못이에요. 저는 입금되면 부모님 결혼기념일 선물부터 챙겨드릴 생각이에요.

일을 그만둔 편의점 카운터에 아침 빛이 드는 풍경
분쟁은 끝났고, 이제 월말 입금만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