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면접 보러 갔을 때 사장님이 한 말이 편의점보다는 덜 빡세다였다.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동네 24시 PC방, 100석 좀 넘는 규모였고 카운터에 앉아서 가끔 라면이나 끓여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그 말이 절반만 맞다는 걸 알았다. 손님이 없을 때는 진짜 편하다. 근데 몰릴 때는 편의점하고는 결이 다른 종류로 정신이 없다.
대충 열 달 정도 했고, 주간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야간도 며칠 뛰어봤다. 그동안 겪은 걸 적어둔다. PC방 알바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면접 보기 전에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아서.
면접은 십 분도 안 걸렸다. 사장님이 게임 좀 아냐고 물었고, 라면 끓일 줄 아냐고 물었다. 그게 다였다. 첫 출근 날엔 전임 알바가 두 시간 정도 옆에 붙어서 좌석 프로그램 쓰는 법, 정산하는 법, 라면 끓이는 법을 알려줬다. 그러고는 바로 혼자 카운터에 앉혔다. 교육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웠다. 처음 며칠은 손님이 뭐 하나 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편의점보다 편하다는 말의 진실
편의점은 일이 끊임없이 잘게 들어온다. 계산하고 담배 꺼내주고 택배 받고 폐기 정리하고. PC방은 다르다. 평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손님 다섯 명도 안 될 때가 있다. 그 시간엔 진짜 카운터에 앉아서 폰만 본다. 사장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거다.
문제는 사람이 한 번에 몰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학교 끝나는 4시 반, 직장인들 퇴근하는 6시 반, 그리고 주말. 이 시간엔 자리 배정하랴 주문 받으랴 카운터 앞에 줄이 선다. 처음 온 손님은 회원 가입부터 받아야 하고, 비회원은 선불로 충전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한가할 땐 세상 편한데 바쁠 땐 손이 세 개라도 모자란다. 그 낙차가 생각보다 컸다.
요금제도 알아둬야 한다. 시간당 얼마씩 깎이는 일반 요금하고, 밤새 정해진 금액만 내는 정액권이 따로 있다. 새벽에 들어오는 손님은 거의 다 정액권을 끊는다. 어떤 손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6시간 정액 끊어주세요 하고, 또 어떤 손님은 일단 만 원만 충전하고 시간 되면 더 넣겠다고 한다. 이걸 헷갈리면 정산이 꼬여서 나중에 돈이 안 맞는다. 첫 주에 만 원어치를 잘못 넣어서 내 돈으로 메운 적도 있다.
그래서 PC방 알바가 편하냐 안 편하냐를 한마디로 답하기가 어렵다. 가게마다, 시간대마다 너무 다르다. 우리 가게처럼 100석 넘어가면 피크 타임엔 절대 안 편하다. 30석짜리 작은 데였으면 또 얘기가 달랐을 거다.
카운터 모니터에 뜨는 요주의 회원 팝업
PC방 카운터에는 좌석 관리 프로그램이 깔린 모니터가 따로 있다. 자리 몇 번이 몇 분 남았는지, 누가 로그인했는지가 다 뜬다. 이거 하나로 자리 배정부터 요금 정산, 자리 이동까지 굴러간다. 손님이 시끄러운 자리에서 조용한 구석으로 옮겨달라고 하면 클릭 몇 번으로 남은 시간을 그대로 옮겨준다. 처음엔 복잡해 보였는데 일주일이면 손에 익는다.
재밌는 건 회원 메모 기능이다. 자주 오는 손님 아이디에 메모를 달아놓을 수 있는데, 인수인계 받을 때 전임 알바가 달아둔 메모가 그대로 떠 있었다. 자리 옮겨달라고 자주 떼쓰는 사람, 라면 국물 흘리고 안 치우는 사람, 시간 다 됐는데 5분만 더 달라고 매번 조르는 사람. 그런 손님이 로그인하면 카운터 화면에 메모가 팝업으로 떴다.
나도 일하면서 몇 개 추가했다. 욕설 심한 중학생 무리, 흡연부스에서 자꾸 전자담배 피우는 사람. 다음 알바한테 미리 알려주는 셈이라 이 메모가 은근히 도움이 됐다. 누가 진상인지 얼굴 보기 전에 화면으로 먼저 아는 거다. 열 달 일하다 보니 단골 손님 자리 취향까지 외워졌다. 늘 27번 창가 자리 찾는 아저씨, 꼭 듀얼모니터 자리만 앉는 학생. 그런 거 미리 빼두면 손님도 좋아하고 나도 일이 줄었다.
주문 쳐내기, 그리고 한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라면
PC방 알바의 절반은 먹거리다. 요즘 PC방은 라면만 파는 게 아니라 볶음밥, 돈까스, 핫도그, 음료까지 메뉴가 스무 개 넘는다. 가격은 대체로 4천 원에서 7천 원 사이고, 제일 많이 나가는 건 역시 라면이랑 볶음밥이다. 손님이 자리에서 주문하면 카운터 화면에 좌석 번호랑 메뉴가 뜬다. 그걸 조리실에서 만들어서 자리까지 갖다준다.
피크 타임엔 주문이 한 번에 대여섯 개씩 밀린다. 라면 끓이면서 핫도그 튀기고 음료 따르고. 손이 진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익숙해지기 전엔 면 불어터지고 음료 헷갈려서 다시 만들고 그랬다. 두 달쯤 지나니까 주문 들어온 순서대로 쳐낼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는 좀 할 만했다. 같은 라면이라도 면 익은 정도를 손님마다 다르게 해달라는 사람도 있어서, 그런 메모까지 외워두면 단골이 생긴다.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음식 갖다주러 갔는데 그 손님이 마침 한타 중이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손이 정신없길래 뒤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교전 끝나고 나서 라면을 책상에 올려줬더니, 옆자리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저 누나 센스 좋다고 한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다고 하더라. 그 말 한마디에 그날 피곤이 좀 풀렸다. 별것 아닌데 그런 순간이 은근히 힘이 됐다.
반대로 진상도 많다. 음식 늦게 나온다고 카운터까지 와서 따지는 사람, 라면에 머리카락 들어갔다고 환불해달라는데 알고 보니 본인 머리카락인 사람. 겪다 보면 유형이 보인다.
- 자리 다 됐는데 정산 안 하고 그냥 나가버리는 손님
- 음료 엎질러 놓고 말 안 하고 도망가는 손님
- 흡연부스 아닌 일반석에서 몰래 담배 피우는 손님
- 미성년자인데 신분증 안 보여주고 우기는 손님
- 새벽에 술 취해서 들어와 큰 소리로 통화하는 손님
제일 기억에 남는 진상은 중학생 무리였다. 다섯 명이 와서 한 명만 자리 끊고 나머지는 뒤에 서서 구경하면서 떠드는데, 다른 손님들이 시끄럽다고 항의했다. 조용히 해달라고 했더니 알바 주제에 뭐라 한다는 식으로 대들었다. 결국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내보냈다. 그날 이후로 단체로 몰려오는 학생들은 인원수대로 자리 끊게 했다. 한 번 호되게 겪으면 나름의 원칙이 생긴다.
이런 손님들 응대하다 보면 멘탈이 단단해진다. 편의점 알바든 PC방 알바든 사람 상대하는 일은 결국 비슷한 종류로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도 진상 한 명 겪으면 착한 손님 열 명이 그날을 메워줬다.
진짜 일은 청소다
PC방 알바를 두 글자로 줄이면 청소다. 게임하는 손님 응대보다 청소에 들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손님이 자리를 비우면 키보드 마우스 닦고, 컵라면 용기랑 휴지 치우고, 책상 닦고 헤드셋 정리해야 다음 손님을 앉힌다. 100석이면 이걸 하루 종일 반복한다.

키보드는 알콜 티슈로 닦고, 마우스는 손때 묻은 거 닦고, 헤드셋 귀 닿는 부분도 위생 때문에 자주 닦아줘야 한다. 모니터엔 손님들이 화면 가리키느라 찍어놓은 지문이 잔뜩이라 그것도 닦는다. 키보드 사이사이에 들어간 과자 부스러기 빼는 게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제일 힘든 건 흡연부스다. 담배 냄새가 옷에 다 배고, 바닥엔 재랑 가래가 떨어져 있다. 환기팬 돌려도 한계가 있어서 들어갈 때마다 숨을 참았다. 마감 때 흡연부스 바닥 닦고 나오면 머리카락에서까지 담배 냄새가 났다. 집에 가서 바로 머리부터 감았다. 비흡연자한테 이 일이 제일 곤혹스럽다.
화장실 청소도 알바 몫이다. 손님이 많은 날엔 화장실 상태가 금방 엉망이 돼서 하루에 두세 번은 들여다봤다. 휴지 갈고 바닥 닦고 거울 닦고. 솔직히 이 부분은 면접 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막상 출근하면 카운터 일보다 청소가 훨씬 많다는 걸 첫날부터 알게 된다.
150석짜리 큰 PC방에서 일했던 친구가 그러는데, 거기는 마감 청소만 두 시간 걸린다고 했다. 손님 응대는 차라리 쉽고 청소가 제일 고되다는 말에 나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PC방 알바 지원할 거면 청소를 메인 업무라고 생각하고 가는 게 맞다.
야간을 며칠 뛰어봤다
설 연휴 때 야간 알바가 펑크 나서 사흘 동안 야간을 대신 뛴 적이 있다.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열 시간 근무였다. 야간은 손님이 적어서 편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니 그것대로 힘들었다.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가 제일 고비다. 손님은 거의 다 자리에서 졸고 있고, 나는 카운터에 서서 잠을 쫓아야 한다. 한 시간에 10분씩 쉬는 시간을 쳐주긴 하는데, 그 시간에 의자에 앉으면 바로 잠들 것 같아서 일부러 서 있었다. 밤낮이 바뀌니까 사흘 만에 몸이 무거워졌다. 낮에 자려고 누워도 잠이 안 와서 더 피곤했다. 야간 알바를 몇 달씩 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대단해 보였다.
새벽에 카운터 서서 시계 보고, 한숨 쉬고, 또 시계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더라. 야간은 시간이 정말 안 갔다.
야간엔 가끔 술 취한 손님이 들어와서 골치 아프다. 자리에서 잠들어 코를 골면 다른 손님들이 항의하고, 그러면 깨워서 정산하고 내보내야 하는데 이게 제일 곤란하다. 새벽 6시쯤 되면 밤샘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일어나 정산하고 나간다. 그때부터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잠깐 들렀다 가기도 한다. 8시에 주간 알바한테 인수인계하고 나오면 아침 해가 떠 있었다. 그 햇빛이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다.
야간은 시급을 더 쳐준다. 야간 근무엔 야간수당이 붙는데,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 일하면 시급의 절반을 더 얹어 줘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이면 이 야간수당이 법적 의무는 아니라서, 가게마다 챙겨주는 데도 있고 안 주는 데도 있다. 면접 볼 때 야간수당 주는지 꼭 물어보고 들어가야 한다. 나는 다행히 챙겨주는 데였다.
시급하고 돈 계산
2025년 최저시급이 10,030원이었고, 2026년은 10,320원으로 올랐다. PC방 알바 시급은 보통 이 최저시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간은 최저시급, 야간은 거기에 수당 붙는 정도다. 내가 일한 데는 주간 최저시급에 맞춰줬고, 처음 한 달은 수습이라며 시급을 조금 깎았다. 수습 기간 감액도 면접 때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하루 6시간씩 주 5일 하면 한 달에 130만 원 정도 들어왔다. 주 15시간 넘게 일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이걸 안 주려고 일부러 근무 시간을 주 14시간으로 쪼개는 가게도 있다더라. 나는 주휴수당 포함해서 받았으니 운이 좋은 편이었다. 알바 구할 때 시급만 보지 말고 주휴수당 주는지를 같이 봐야 실수령액이 제대로 나온다.
돈만 따지면 상하차나 배달이 더 많이 벌긴 한다. 근데 PC방은 앉아서 일할 시간이 있고, 몸을 갈아 넣는 강도는 덜한 편이다. 대신 담배 냄새랑 진상은 감수해야 한다. 뭘 포기하고 뭘 얻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거다. 나는 학교 다니면서 하는 거라 중간중간 쉴 틈 있는 게 좋아서 PC방을 골랐다.
급여는 매달 10일에 통장으로 들어왔다. 처음엔 현금으로 주겠다는 걸 내가 계좌이체로 해달라고 했다. 나중에 일한 시간이 안 맞으면 따지기 어려우니까, 기록이 남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한 번도 시간을 떼이거나 늦게 받은 적은 없었다. 근로계약서도 첫 주에 썼다. 알바라도 계약서는 꼭 쓰고 시작하는 게 맞다. 안 써주는 데면 그것부터가 신호다.
그래서 PC방 알바, 할 만했냐면
열 달 일하고 그만뒀다. 학교 시간표가 바뀌면서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았다. 그만둘 때 사장님이 다시 시간 되면 연락하라고 한 걸 보면 일은 그럭저럭 한 모양이다.
PC방 알바가 꿀이라는 말도 맞고, 청소 노예라는 말도 맞다. 한가한 날은 정말 편하고, 바쁜 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흡연부스 청소는 끝까지 적응 안 됐지만, 한타 끝나고 음식 올려줬을 때 고맙다고 하던 손님들은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열 달 동안 손은 빨라졌고, 사람 대하는 것도 처음보다 덜 떨게 됐다. 진상 손님 앞에서 목소리 떨던 첫 주랑, 단체 학생들 자리 끊게 하던 마지막 달의 나는 확실히 달랐다. 알바 하나 하면서 이런 게 늘 줄은 몰랐다. 돈도 돈이지만 그게 남았다.
지금 PC방 알바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청소가 메인이라는 것만 각오하고 가면 나머지는 견딜 만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면접 자리에서 주휴수당이랑 야간수당, 수습 감액 여부. 이 세 가지는 꼭 확인하자. 근로계약서 써주는지도 같이 보고. 나처럼 운으로 좋은 데 걸리지 말고, 미리 따져보고 들어가는 게 마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