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야간근무를 5년 넘게 돌면서 매일 아침 반좀비가 돼 쓰러져 잔 현직 경찰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경찰뽕은 길어야 3년이면 빠진다는 말, 직접 겪어보니 진짜였습니다. 4부제 교대근무와 순직 통계, 경쟁률 변화까지 환상은 빼고 현실만 담았습니다.
스무 살 무렵부터 경찰이 꿈이었습니다. 제복 입은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누군가를 지킨다는 말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시험 준비를 거쳐 합격했고, 첫 발령지가 지구대였습니다. 그런데 그 멋있어 보이던 마음, 흔히 말하는 경찰뽕은 길어야 3년 안에 다 빠진다는 선배 말이 정확히 맞았습니다.
저는 지금 지구대 야간근무를 5년 넘게 돌고 있고, 이 글은 그 5년 동안 제가 실제로 겪은 근무 현장의 기록입니다. 누군가를 말리려는 글이 아니라, 들어오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적는 글입니다.
야간 한 타임에 신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지구대 출동요원에게는 개인별 담당업무라는 게 없습니다. 누구는 교통, 누구는 생활질서 이렇게 나뉘는 게 아니라, 그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들어오는 모든 신고를 다 받아야 합니다. 112 신고출동, 사건처리, 보호조치, 주취자 인계, 정신질환자 입원, 심지어 타부처에서 떠넘긴 업무까지 한 사람이 다 감당합니다.
매뉴얼만 수백 가지입니다. 예방순찰, 각종 단속, 신고출동, 폭력 제지, 현장 초동수사, 신병 확보, 피해자 보호, 사건처리까지 한 사람이 슈퍼맨처럼 다 해내야 합니다. 들어올 때 "경찰 업무"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지자체 업무, 복지 업무, 다른 부처가 떠넘긴 일까지 끝없이 늘어납니다. 현직들끼리 우스개로 업무의 한계가 없다고 말하는데, 5년을 돌아보니 그게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야간 한 타임은 보통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12시간 넘게 이어집니다. 그 12시간 동안 주취자, 폭력 신고, 흉기 난동, 가정폭력, 치매 어르신 실종 같은 신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바쁜 날은 출동을 10번 넘게 나간 적도 있습니다.
평생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한 상황을 저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만납니다. 그걸 진압하고, 끌려가지 않으려는 사람을 붙들고, 그 와중에 욕은 욕대로 먹습니다. 근무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날카로워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퇴근하고 나서도 감정 컨트롤이 안 돼 가족에게 짜증을 낸 적이 많습니다. 동료 중엔 그 후유증으로 가정에 불화가 생기거나 결국 이혼에 이른 사람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멘탈로 버티기가 쉽지 않은 자리라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더 절감합니다.
특히 주취자 응대는 매일 밤의 일과나 다름없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고, 인계를 거부하며 몸을 던지고, 멀쩡한 사람을 향해 침을 뱉거나 멱살을 잡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보호조치하는 데 한 시간이 그냥 날아가고, 그사이 다른 신고는 쌓입니다.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은 더 조심스럽습니다. 강제로 끌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어 병원과 가족, 보건소 사이를 오가며 새벽 내내 매달릴 때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끝나고 나면 제 안에 무언가가 한 겹씩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매일 아침 반좀비가 돼서 쓰러져 잤습니다
저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나면 매일 아침 반쯤 좀비가 된 상태로 집에 들어가 그대로 쓰러져 잤습니다. 밤새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개거품 물 것 같고 눈앞이 노래집니다. 새벽 4시에도 출동 벨은 울리고, 그렇게 한바탕 뛰고 들어오면 다시 도보순찰을 나가야 했습니다.
현장에서 땀과 피로에 쩐 상태로 또 다음 신고를 받으러 나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지구대에 제대로 된 샤워 시설이 있느냐, 씻을 시간이라도 주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렇게 몸이 절어 있는 상태로도 민원인 앞에서는 친절해야 하니, 사람이 무뎌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4부제 교대근무라 주간, 야간, 비번, 휴무가 돌아가는데, 야간이 끼는 주에는 생활 리듬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그렇게 쓰러져 자고 일어나면 또 다음 근무를 준비해야 하니, 사람 사는 리듬이라는 게 없어집니다.
야간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도 곧장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머릿속은 방금 처리한 신고 장면이 계속 돌아갑니다. 그렇게 뒤척이다 겨우 잠들면 한낮의 환한 빛과 생활 소음 때문에 깊이 자지 못하고, 두세 시간 만에 다시 눈을 뜹니다. 야간 교대근무자가 낮에 제대로 못 자고 정작 일할 때 졸린, 이른바 수면 리듬이 어긋나는 현상을 저는 5년째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소방관 친구 2명이 있는데, 둘 다 입을 모아 소방이 낫다고 합니다. 한 친구의 브이로그를 봤는데 당직 끝나고 아침 퇴근길에 수영을 하러 가더군요. 저는 같은 시간에 집에서 송장처럼 쓰러져 자고 있었으니 기가 찼습니다.
일이 힘들면 월급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데 기본급은 서로 비슷하고, 수당은 소방이 매달 100만 원 가까이 더 많다는 게 현직들 사이의 정설입니다. 복지도 소방이 더 좋습니다. 현직들끼리 보고 듣는 걸 종합해 보면 업무강도 자체가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소방관 친구 아버지도 소방인데, 아들에게 경찰보다 소방을 하라고 권했다고 합니다. 부모가 직접 권하는 직업이라는 점이, 저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4부제와 4조 3교대, 교대근무의 실제
경찰의 지구대와 파출소는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교대근무가 기본입니다. 흔히 4부제라고 부르는 4조 2교대는, 알려진 바로는 주간 07시부터 19시까지, 야간 19시부터 다음 날 07시까지를 기본으로 주간, 야간, 비번, 휴무를 반복하는 구조입니다.
최근에는 야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간, 오후, 야간을 각각 8시간으로 쪼개는 4조 3교대 시범운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그 4조 2교대조차 제대로 돌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합니다. 제도가 좋아도 사람이 없으면 결국 남은 사람이 그만큼 더 갈리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 교대근무 자체를 발암 가능 요인, 이른바 2A군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정 직업이 아니라 사람이 자야 할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수면과 멜라토닌, 신진대사 리듬을 망가뜨려 건강 위험을 높인다는 뜻입니다. 제가 매일 아침 반좀비가 되는 게 단순히 정신력 문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경고였다는 걸 이 분류를 보고 나서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체감만 그런 게 아니라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순직 통계를 보면 경찰은 1만 명당 1.02명, 소방은 1만 명당 0.66명입니다. 공상, 그러니까 공무 중 다치는 경우도 경찰이 몇 배 더 많습니다. 위험한 현장에 더 자주, 더 가까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더 무거운 숫자도 있습니다. 알려진 통계로는 경찰공무원의 자살률이 일반 공무원의 약 3배 수준이고, 어떤 해는 순직자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가 더 많았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 원인으로 직무 스트레스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크게 꼽힙니다. 같은 제복을 입고도 가장 많이 무너지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이 숫자들이 조용히 말해 줍니다.
근무 형태도 차이가 큽니다. 경찰은 일이 너무 힘들어 4부제로 돌리고, 소방은 평소 출동 대기를 하며 쉬다가 신고가 오면 나가는 식입니다. 같은 제복 공무원인데 야간 신고 출동 건수는 제 체감으로 소방의 몇 배는 됩니다. 소방관 친구는 새벽에 신고가 거의 없어 몇 시간 가까이 눈을 붙이고 퇴근한다는데, 저는 새벽 4시에도 출동 벨이 울립니다.
경쟁률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준비하던 시절만 해도 15대 1을 넘던 남성 순경 경쟁률이,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에는 8대 1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저년차 퇴직자가 늘었고, 내부에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선배들조차 신임에게 젊을 때 나가라고 먼저 이야기합니다. 처음 들었을 땐 농담인 줄 알았는데, 5년을 돌아보니 그게 진심이었다는 걸 알겠습니다.
- 순직: 경찰 1만 명당 1.02명 / 소방 1만 명당 0.66명, 공상은 경찰이 몇 배 더 많음
- 자살률: 알려진 통계상 경찰이 일반 공무원의 약 3배 수준, 지역경찰 비중이 가장 큼
- 근무 형태: 경찰 4부제, 야간 교대근무는 국제암연구소가 발암 가능 요인 2A군으로 분류
- 경쟁률: 과거 남성 순경 15대 1 안팎에서 최근 8대 1 수준까지 하락
- 처우: 기본급은 비슷하나 수당은 소방이 매달 약 100만 원 더 많다는 게 현직들 사이의 정설
처우와 분위기, 숫자 밖의 현실
숫자로 다 담기지 않는 게 내부 분위기입니다. 경찰은 강력사건이 나도, 안전사고가 나도, 학교폭력이 생겨도, 재난이 닥쳐도 어딘가 경찰 책임이라는 화살이 돌아옵니다. 잘하면 당연하고, 못하면 대서특필됩니다. 반대로 다치거나 쓰러지면 관심은 금세 식습니다.
승진 구조도 마음을 갉아먹습니다. 시험과 심사, 특진이 얽혀 후배가 먼저 팀장이 되고 선배가 그 밑에서 팀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위계가 무너지면 조직은 모래알처럼 흩어집니다. 한 글에서 누군가 경찰을 두고 옛날 며느리 같다고 비유한 걸 봤는데, 모든 걸 참고 희생하라고만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묘하게 공감이 갔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직장협의회 출범처럼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야간 및 교대근무자의 휴식과 근무여건을 개선하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위험수당이 흉기 앞에 서는 대가로 충분하냐고 물으면, 솔직히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습니다.
저년차 동료들이 떠나는 이유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거창한 사명감이 식어서가 아니라,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가정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들어온 지 1, 2년 된 후배가 조용히 사직서를 내고 다른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할 때, 말리고 싶다가도 끝내 말리지 못합니다. 제가 5년을 버티며 잃은 것들을 떠올리면, 더 젊을 때 다른 선택을 하려는 후배를 붙잡는 게 과연 옳은가 싶어서입니다. 선배들이 신임에게 젊을 때 나가라고 하는 말이, 매정해 보여도 사실은 가장 솔직한 조언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래도 아직 제복을 못 벗는 이유
이렇게 써놓으면 당장 그만둘 것 같지만, 저는 아직 다니고 있습니다. 솔직히 경찰 제복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어서입니다. 처음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이직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50살에 무사히 명예퇴직하는 걸 목표로 잡고, 그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따로 재테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년까지 이 일을 할 자신은 솔직히 없습니다. 대신 버티는 동안만이라도 몸과 마음을 덜 갉아먹히려고, 야간 뒤에는 무리한 약속을 잡지 않고 수면 환경부터 챙깁니다.
구체적으로는 야간 근무가 끝나면 암막 커튼을 친 방에서 귀마개와 안대를 하고 한낮의 빛과 소음을 차단합니다. 카페인은 야간 중반 이후로는 입에 대지 않으려 노력하고, 비번 날에는 무엇보다 잠을 가장 먼저 채웁니다. 5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된 건, 의지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잠과 회복 루틴을 지키는 사람이 오래 간다는 사실입니다. 멋있어 보이는 출동 장면 뒤에는, 망가진 리듬을 어떻게든 붙들어 매려는 이런 지난한 노력이 매일 따라붙습니다.
가끔 새벽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 다른 직군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합니다. 출동이 걸리면 당연히 나가야 하지만, 적어도 새벽 한두 시간이라도 쉴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싶습니다. 저희 지구대도 그런 시간이 있었으면 했지만, 신고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5년을 돌아보면 가장 그리운 건 거창한 보람이 아니라, 그저 통잠 한 번 푹 자는 평범한 아침이었습니다.

경찰이 꿈이라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누군가 경찰이 꿈이라고 하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멋있어 보이는 겉모습만 보고 결정하지는 말라고 합니다. 제복 안쪽의 현실은 밤샘과 욕받이, 무너진 생활 리듬, 그리고 끝없이 들어오는 신고입니다. 만약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소방을 포함해 그 길도 충분히 들여다보고 결정하라고 권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선택하겠다면, 적어도 들어오기 전에 야간 근무가 어떤 건지, 4부제가 몸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는 알고 들어왔으면 합니다. 야간 교대근무가 건강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통계 속 숫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한 번쯤 찾아보길 권합니다.
제가 이 글에서 소방을 자꾸 비교 대상으로 꺼낸 건, 소방을 깎으려는 게 아닙니다. 같은 제복을 입고도 처우와 근무여건이 이렇게까지 갈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쪽이 더 고생한다는 다툼이 아니라, 들어오기 전에 직군별 현실을 냉정히 비교해 보라는 뜻입니다. 멋과 사명감만으로 결정하기에는, 매일의 근무가 너무 길고 무겁습니다.
저처럼 매일 아침 반좀비가 돼서 쓰러져 자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저는 좀 더 단단하게 마음먹고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의 그 설렘만큼은 진짜였지만, 그 설렘만으로 5년을 버틸 수는 없었습니다. 버틴 사람으로서, 환상은 빼고 현실만 담아 남깁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의 진로 결정에 한 줌의 현실 감각이라도 보태 줄 수 있다면, 5년의 밤샘이 조금은 덜 아깝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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